숨은체와찾기

미츄랑 나랑 우리집 마루 청소를 하던 날.
후후. 작정하고 덤비지않으면 정리란 불가능한 은하계만물고물상같은 우리집.(헌책방겸업)
아는 사람은 다 알지만 난 진짜 정리안하고 못하고......해도 티안나는 고물상주인. 
물론 그런 나답게 며칠만에 다시 청소의 흔적이 싹 없어지도록 만드는 재능만은 출중하지만.
그, 그래도 하긴 해야지.
"아, 몸을 마구마구 움직여 써서 지치게 만들고 싶다."는 후배 미츄를 돕기위해 시작된 일이란 말씀. 에헴.
이것도 나름의 내..내리사랑. 꺄.



이모가 놀러왔는데 여느때처럼 같이 놀지않고 청소한다는 사실에 잠시 툴툴대다가 체와도 합류.
슥샥슥샥 걸레질...음 좋아. 여기서 만족하고 어린이 본연의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



엄마아, 이모오, 나 찾아봐요~하는 맑은 소리가.
알기쉽게 마당에 놓인 상자안에서.
상냥한 체와는 힌트주는 것도 잊지않아요.
다소곳이 벗어둔 욕실슬리퍼같으니라고.


너무 쉽게 찾은 이모. 흥. 힌트를 주지말걸 그랬나.





by nippang | 2008/12/16 10:47 | 꿀체와♡ | 트랙백 | 덧글(14)
숨은맥주찾기



해가 지는 즈음에 저자리에 내가 '닭고기포즈'라고 부르는 자세로 앉아있기를 좋아한다.
by nippang | 2008/12/16 09:52 | Le Cahier Gris | 트랙백 | 덧글(4)
올해 처음 내린 눈
어제 밤에 마트에 들렀다 나오는데
체와가 먹먹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폴짝폴짝 뛰었다.
"엄마, 눈 온다요~"
(이것은 반말과 존대가 알맞게 타협한 말투......나도 즐겨 사용한다.)
갑자기 영하권이기는해도 아직은 눈이 오지는 않을것같다는 생각에,
은행잎 노랗게 물들기전부터도 얼른 눈이 왔으면 좋겠다고 매일매일 말하던 체와니까,
또 난시이면서 안경을 쓰지않는 고쳐야 할 버릇덕분에 내게는 눈이 보이지 않았다.
체와는 하늘만 보며 눈 받아먹는다고 폴짝폴짝 뛰다가 넘어지기까지하는데 나는 왜 안보이는거야.
마음에 찌든 때가 낀 덜자란 어른에게는 보이지않는건가 불안해 할 즈음에
겨우 가로등 불빛아래에 쪼개진 쌀부스러기같이 작은 알갱이들이 흩날리는게 보였다.
돌아오는 길에 호주이모, 안지이모랑도 마주쳐서 까불까불.

뿌리듯 내리는 싸래기눈이라 돌아오는 길에 차창에 닿으면 금방금방 물이 되어 사라졌다.
쌓이지는 않겠다. 아주 조금이라도 설탕가루처럼 쌓이면 체와가 좋아할텐데.
배추 절여놓은것 얼면 어째. 소금물이라서 괜찮으려나.

자정쯤에 배추를 뒤섞으러 고무장갑을 끼고 츄리닝바지를 두겹입고 마당에 나갔을 때,
내리던 눈이 하늘로 다시 올라가 박힌 것 처럼. 
부서진 쌀알같은 하얀 별. 찬 하늘에 낀 살얼음같이 가장자리가 얇게 번진 달.
배추를 잘 섞어놓고 돌아오며 입김사이로 눈의 흔적도 없는 아침이 오면
체와는 요즘 종종 하는 그런말 "꿈 꾼것만 같아." 하는 깜찍한 말을 할까 생각에 
'후후' 소리내며 수상하게 웃기. 콧물도 두번 훌쩍여주기. 

햇님과 체와가 함께 깨어난 아침.
어제 할머니네 김장하시면서 이마안큼 주신 싱싱한 겉절이를 쭉쭉 찢어서 
따끈한 보리차에 말아서 둘이 나눠먹었다.
배추속에 숨은 굴을 집요하게 발굴해 뿌듯한 얼굴로 섭취하시는 따님. 
나...나도 굴 좋아하는데...... (;ㅁ;)
날이 추우니까 더 도톰하게 입자, 내복도 입었고 답답한건 싫으니까 코트는 입지않겠다며 실랑이 한 번.
코트를 걸치자고 설득하는데 성공하고(그래도 벨트는 채우기 싫다고 해서 어중간한 매듭으로 타협.),
체와는 모자를 써줘야겠다면서 곰돌이 모자를 다락에서 꺼내왔다.
장착완료하고 집을 나서는데.



설렁설렁 쌀가루 쪄낸 흰무리처럼 오종종 쌓인 눈.
아직 거두기도 전에 눈 맞아버린 갓꽃은 고개를 숙였지만 체와는 신났다.




눈을 발로 쓸어 무늬내며 놀기.




앗!!! 이때 사진찍으며 알았다.
오늘은 추우니까 구두는 못신겠다고 했더니 '그럼 부츠신으면 돼죠.'해놓고
비오는 날 신는 고무장화를 멋드러지게 장착한 따님을.




아직 더 크라고 남겨둔 갓과 배추는 떨어도 체와는 신나고.


 

꺄호. 난 곰이다. 백곰이다. 북극곰이다. 흰곰이다.
오로라를 보러가야지. 얍얍.
이런 가사로 음정이 미묘한 자작노래를 부르며 5분이상을 뱅글뱅글 돌며 뛰어다녔다.

딸 보낸 뒤 후닥닥 뛰어들어와 배추씻어 건져놓고 커피홀짝거리며서
가을사진은 커녕, 여름에 찍었던 사진도 채 못올렸는데 첫눈이 오다니.
이건 오늘 올리고싶잖아. 몰라~몰라~으흥~하는 기분으로 흥얼흥얼.

 
by nippang | 2008/11/19 11:45 | 꿀체와♡ | 트랙백 | 덧글(16)
아침 기다리기.
쌀을 씻어 밥솥에 안치어놓고
주전자를 씻어 물을 가득 담아 불위에 올려두었다.
물이 끓으면 보리차를 넣어야지.
물이 끓는 동안 잠깐 앉아 시린 손을 전기난로에 데운다.
시를 뒤적거리며 읽다가. 
체와가 좋아하는 홍합은 어제 끓여두었으니 데워내놓으면
알맹이를 쏙 빼먹고 껍데기를 수북하게 쌓으며 좋아하겠지.
잔멸치를 바삭하고 조금 달게 볶아주면 잘 먹을까.
할머니가 어제 밭에서 뽑은 배추를 왕창 주셨는데 그걸 오늘 절여야겠네.
그러고보니 고추가루가 조금 남았는데 그냥 체와먹기좋게 백김치를 담글까.
그래도 포기김치는 있는게 좋으니까 반반 담을까.
그런 시시콜콜한 생각을 하면서 날이 밝기를 혹은,
체와가 일어나기를 기다리기.

체와는 내게 햇님같다.


by nippang | 2008/11/18 06:40 | Le Cahier Gris | 트랙백 | 덧글(16)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