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 내린 눈
어제 밤에 마트에 들렀다 나오는데
체와가 먹먹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폴짝폴짝 뛰었다.
"엄마, 눈 온다요~"
(이것은 반말과 존대가 알맞게 타협한 말투......나도 즐겨 사용한다.)
갑자기 영하권이기는해도 아직은 눈이 오지는 않을것같다는 생각에,
은행잎 노랗게 물들기전부터도 얼른 눈이 왔으면 좋겠다고 매일매일 말하던 체와니까,
또 난시이면서 안경을 쓰지않는 고쳐야 할 버릇덕분에 내게는 눈이 보이지 않았다.
체와는 하늘만 보며 눈 받아먹는다고 폴짝폴짝 뛰다가 넘어지기까지하는데 나는 왜 안보이는거야.
마음에 찌든 때가 낀 덜자란 어른에게는 보이지않는건가 불안해 할 즈음에
겨우 가로등 불빛아래에 쪼개진 쌀부스러기같이 작은 알갱이들이 흩날리는게 보였다.
돌아오는 길에 호주이모, 안지이모랑도 마주쳐서 까불까불.

뿌리듯 내리는 싸래기눈이라 돌아오는 길에 차창에 닿으면 금방금방 물이 되어 사라졌다.
쌓이지는 않겠다. 아주 조금이라도 설탕가루처럼 쌓이면 체와가 좋아할텐데.
배추 절여놓은것 얼면 어째. 소금물이라서 괜찮으려나.

자정쯤에 배추를 뒤섞으러 고무장갑을 끼고 츄리닝바지를 두겹입고 마당에 나갔을 때,
내리던 눈이 하늘로 다시 올라가 박힌 것 처럼. 
부서진 쌀알같은 하얀 별. 찬 하늘에 낀 살얼음같이 가장자리가 얇게 번진 달.
배추를 잘 섞어놓고 돌아오며 입김사이로 눈의 흔적도 없는 아침이 오면
체와는 요즘 종종 하는 그런말 "꿈 꾼것만 같아." 하는 깜찍한 말을 할까 생각에 
'후후' 소리내며 수상하게 웃기. 콧물도 두번 훌쩍여주기. 

햇님과 체와가 함께 깨어난 아침.
어제 할머니네 김장하시면서 이마안큼 주신 싱싱한 겉절이를 쭉쭉 찢어서 
따끈한 보리차에 말아서 둘이 나눠먹었다.
배추속에 숨은 굴을 집요하게 발굴해 뿌듯한 얼굴로 섭취하시는 따님. 
나...나도 굴 좋아하는데...... (;ㅁ;)
날이 추우니까 더 도톰하게 입자, 내복도 입었고 답답한건 싫으니까 코트는 입지않겠다며 실랑이 한 번.
코트를 걸치자고 설득하는데 성공하고(그래도 벨트는 채우기 싫다고 해서 어중간한 매듭으로 타협.),
체와는 모자를 써줘야겠다면서 곰돌이 모자를 다락에서 꺼내왔다.
장착완료하고 집을 나서는데.



설렁설렁 쌀가루 쪄낸 흰무리처럼 오종종 쌓인 눈.
아직 거두기도 전에 눈 맞아버린 갓꽃은 고개를 숙였지만 체와는 신났다.




눈을 발로 쓸어 무늬내며 놀기.




앗!!! 이때 사진찍으며 알았다.
오늘은 추우니까 구두는 못신겠다고 했더니 '그럼 부츠신으면 돼죠.'해놓고
비오는 날 신는 고무장화를 멋드러지게 장착한 따님을.




아직 더 크라고 남겨둔 갓과 배추는 떨어도 체와는 신나고.


 

꺄호. 난 곰이다. 백곰이다. 북극곰이다. 흰곰이다.
오로라를 보러가야지. 얍얍.
이런 가사로 음정이 미묘한 자작노래를 부르며 5분이상을 뱅글뱅글 돌며 뛰어다녔다.

딸 보낸 뒤 후닥닥 뛰어들어와 배추씻어 건져놓고 커피홀짝거리며서
가을사진은 커녕, 여름에 찍었던 사진도 채 못올렸는데 첫눈이 오다니.
이건 오늘 올리고싶잖아. 몰라~몰라~으흥~하는 기분으로 흥얼흥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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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ppang | 2008/11/19 11:45 | 꿀체와♡ | 트랙백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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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땡땡이무늬 at 2008/11/19 15:51
아아아아 북금곰 체와 짱! 귀여워요!
Commented by nippang at 2008/11/20 15:58
헤헤 북극곰처럼 힘도 세다는 거! ;ㅡ;
Commented by 미츄 at 2008/11/19 18:06
아이 XX 귀여워........점점 아가씨가 되어가고 있는 체와 i - i 왜 벌써 가슴이 저리다냐.....
언니도 바지 두겨입기 스킬을 알고 계시군요 ㅎㅎㅎ 나만의 비법인 줄 알았는데ㅋㅋㅋㅋ
글 너무 이뻐요~
Commented by nippang at 2008/11/20 15:59
xx가 마음에 걸리지만. 흐흐.
주사맞고 왔더니 조금 나아졌어. 오면서 열이 내리니까 이 날씨에 식은 땀이 뻘뻘. ㅠ.ㅠ
어헝...
Commented by Madian at 2008/11/20 09:25
아 두 번째 사진은 진짜 동화속 곰이 걸어나온 줄 알았습니다;
Commented by nippang at 2008/11/20 15:59
보라색 코트를 입은 흰곰~^^
Commented by 로보스 at 2008/11/20 10:12
귀여워요 ^^ 소소히 묻어나는 행복...
Commented by nippang at 2008/11/20 16:02
행복은 음표처럼 여기저기 조금씩. 살아가면서 쌓이면 음악이 되는 그런거라고 믿어요. ^^
Commented by 야호 at 2008/12/12 11:15
마지막 뛰어갈듯 넘어질듯 뭔가 넘을수 없는 장벽 저쪽편 움직임이네
아아 옛날이여 ㅠㅠ
Commented by nippang at 2008/12/12 11:22
옛날이여~
달리기를 정말 좋아하는 촤.
어호...
Commented by 야호 at 2008/12/15 13:42
균은 잘 전해주었는가?
월요일 아침부터 늘어나는 자랑질은
습습한 쏠로를 위해 안드로메다로부터 배달온 특급 배달편 개념을 좀 나누어주고 싶은
푸근한 나눔의 12월이 되게끔 하네.
누가 녀석좀 말려줘..
Commented by nippang at 2008/12/15 15:07
내가 어제 훼방놨지. 후후.
잘 받았어. 촤 양말싫어하잖아. 근데 완전 폭빠져서 보들보들하다고 잘때도 신고자고
자다가 벗겨지니까 챙겨서 다시 신고 그리고는 막 졸라서 유치원에도 신고갔엉. 굉장한 아이템!
Commented by 야호 at 2008/12/15 16:24
얼마하도않는거 좋아한다니 너무 다행이네 ㅠㅠ
진실이 아니더라도 기쁨
곧 엄마랑 촤랑 생일이네요

뭐가 좋을까나~
Commented by nippang at 2008/12/16 09:20
유치원에서 실내화도 안신고 매직아이템을 신고 돌아다녀서 새까맣게 만들어왔음. ㅠ.ㅠ
잘때 양말안신고 이불 차내서 발 차가운거 맘에 걸렸는데 완전좋아하니 기쁘징.
Commented by 인숙 at 2008/12/29 14:59
왠지..글에서 예전에 우리 엄마의 느낌이 든다.
미선이의 마음과 눈은 오로지 체와를 향해 있는거 같아~
너무나 멋진 엄마~ ^ㅅ^ 화이팅~~~
Commented by nippang at 2008/12/30 09:30
화이링. 멋진 엄마는 아직 멀었지만 야금야금. 사랑은 듬뿍 받고있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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